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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칼럼: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약 2년 전인 2015년 9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14팀은 지역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시티 U-14팀에 0:9의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두 팀 유소년 선수들의 수준 차이를 확연히 느껴볼 수 있는 경기였다. 연간 14M의 투자를 하고있는 라이벌팀에 비해 고작 20%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냉…

  약 2년 전인 2015년 9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14팀은 지역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시티 U-14팀에 0:9의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두 팀 유소년 선수들의 수준 차이를 확연히 느껴볼 수 있는 경기였다. 연간 14M의 투자를 하고있는 라이벌팀에 비해 고작 20%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아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모든 부문에 있어서 퍼거슨의 통제를 받는 클럽이었다. 그는 클럽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기를 원했다. 직원들의 가족 이름을 외우는 것은 물론 유소년 선수 영입을 위해 선수의 부모님을 찾아가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유소년 계약을 체결할 뻔 했던 라이언 긱스를 데려오기 위해 긱스의 14번째 생일이 되자마자 계약서를 가지고 긱스의 부모님을 찾은 일화는 유명하다. 비록 시간이 지나고 클럽의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정도의 독립성을 부여하게 되기는 했지만 퍼거슨은 단순한 맨유의 코치가 아닌 매니저 그 자체였다.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한 거인을 구심점 삼아 클럽이 운영되었고 다행히도 당시 유나이티드는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였지만, 다르게 보자면 매우 구시대적인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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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은 1군 매니지먼트 이외에도 유소년 선수까지 직접 담당했다

 퍼거슨이 은퇴하자 곳곳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퍼거슨 말년의 맨유는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받는 팀이었다-지난 몇년간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점점 등한시하던 중이었다. 모예스와 LVG를 거치면서 1군 성적까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하자, 퍼스트 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면서 유소년 육성은 더욱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시티가 각 세대별로 두 명의 풀타임 코치를 고용해 선수들을 지도할 때, 유나이티드는 파트타임 코치들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유소년들이 6,000석 규모의 정식 경기장에서 훈련을 받을 때 맨유의 선수들은 고작 120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뿐이었다. 오픈되어 있는 이 맨유 유소년의 산실에는 가끔 광풍이 몰아치기도 하지만, 시티 유소년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클럽과 연계한 학교를 통해 축구와 학업을 병행시킬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에 비해 맨유의 유소년들은 고작 몇몇의 외국인 선수만이 클럽 근처 무료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퍼거슨이 그랬던 것 처럼 이제는 시티가 코치들로 하여금 선수들의 가정을 방문케 해서 지도현황을 알려주고 가슴 대 가슴으로 다가가는 교육을 하고 있다. 로빈 반 페르시나 대런 플래쳐, 필 네빌 등의 맨유 출신 선수들의 자녀가 시티 유소년 팀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더이상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게 냉혹한 현실이었다.

 다행히도 현재는 클럽이 다시 유소년 팀에 자립성과 체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작년 2월, 전임자가 떠난 후 9개월 간 공석이었던 유소년 총괄로 니키 버트가 선임되었다. PL의 엘리트 퍼포먼스 부장이었던 존 머터프가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lan) 시스템을 준수할 수 있도록 행정 사무를 맡고 있으며 더불어 토트넘으로부터 키어런 매케나를 데려와 U-18의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 또한 아카데미의 또다른 디렉터이자 총괄업무를 맡는 역할로 닉 콕스를 데려오기도 했다. 퍼거슨 덕분에 90분 이내의 지역의 학생들만 스카우트할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영국 전역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게 되면서 지역 내에서 힘을 못 쓰던 유나이티드 유스팀의 선수수급에 숨통이 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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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G는 클럽을 떠났지만 부는 여전히 유나이티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더불어 스카우팅 시스템에도 큰 투자를 감행했다. 글로벌 스카우팅 총괄로 LVG의 전력분석관이었던 마르셀 부를 임명하고, 스포츠 헤드헌팅 회사인 놀란 파트너스를 통해  40명이 넘는 스카우터들을 새로 충원했다. 퍼거슨 중앙집권화 세대를 지나 부서별로 분권화되어 독립적으로 체계성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이는 부족한 국내 재능을 해외에서 충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탑 레벨 재능인 타히티 총과 니산 부어카트 등을 영입했으며 올해도 알리우 트라오레나 라지에 라마자니 등을 영입하며 부족한 유스풀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가 압도적인 시설과 코치 풀에서 두드러진 강점을 가진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연속성이라는 강점이 있다. 쉽게 말해서, 1군과 유소년 사이를 이어주는 문화가 맨유에는 존재한다. 개리 네빌은 “내가 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에서 활약할 시점에 구단 장비 관리자 노먼 데이비스는 우리를 1군 라커룸에 데리고 다녔다. 나는 11살 때 부터 유나이티드에 있었지만 1군 탈의실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유니폼을 들고 원정 경기를 따라다녔던 건 유소년 팀에서 프리미어리그 선발로 가는 연장선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나에게는 큰 영감을 주는 경험이었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육성 시스템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터뷰였다. 맨유의 유소년 선수들은 1군 선수들의 문화를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클럽이 자신들에게 기대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언제나 내가 잘 하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문이 보이면, 사람들은 더욱 더 동기부여가 되기 마련이다. 

 클럽 차원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잉글랜드에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존재한다. EPPP를 통해 잉글랜드 선수들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역설적으로 U18레벨에서 상위 스플릿을 제거함으로써 경기 수를 줄여버렸고 U-23팀의 하부리그 참가는 거절되었다. 리저브 팀의 잉글랜드 하부리그 참가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성인 레벨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상실해버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끊임없이 인재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그들 고유의 경쟁적인 시스템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프로 레벨의 성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비슷한 또래들과의 시합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해 두 해 경험이 축적될수록 그 차이는 크게 드러난다. 현행 시스템에서 리저브 팀과 성인 팀과의 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간혹 폴 포그바나 아드낭 야누자이처럼 유소년 레벨을 파괴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성인 무대에서 격차를 체감한다. 불과 14세 때 U-18팀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매티 제임스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모두들 그를 스콜스의 뒤를 이을 미드필더라며 극찬했지만 리저브 팀을 거치며 점점 평범해졌고, 이윽고 프레스턴 노스 엔드로 이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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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라는 지난 시즌 성공적인 임대생활을 보냈으며 다음 시즌은 OT에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임대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미 몇몇 클럽들과 제휴관계를 맺으며 유스 선수들에게 성인무대의 경험을 전수하고자 기반을 닦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클럽의 철학을 심어줄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존재하며, 지난 시즌 카메론 보스윅-잭슨이 그랬던 것 처럼 임대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자칫 시간낭비만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라나다에서 환상적인 한 해를 보낸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는 좋은 예이지만, 모두가 그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정적인 시그널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이게 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난 시즌에도 역시 맥토미네이, 해럽, 페레이라 그리고 고메즈 같은 신성들이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고메즈는 래쉬포드와 같이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다시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